독일의 전통적인 배터리 기업 바르타(VARTA AG) 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 2026년 7월, 바르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에 자기관리형 insolvency 절차, 즉 Insolvenzverfahren in Eigenverwaltung 개시를 신청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이번 신청은 모회사인 VARTA AG뿐 아니라 VARTA Microbattery GmbH, VARTA Micro Production GmbH, VARTA Storage GmbH 등 주요 운영 자회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르타는 오랫동안 독일 배터리 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알려져 있었다. 가정용 건전지, 보청기용 배터리,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해 왔다. 그래서 이번 파산 신청은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독일 제조업과 유럽 배터리 산업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르타는 어떤 회사인가?
바르타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엘방엔(Ellwangen)에 본사를 둔 배터리 기업이다. 많은 소비자에게는 리모컨, 장난감, 손전등 등에 쓰이는 VARTA 건전지 브랜드로 익숙하다. 하지만 바르타는 단순한 생활용 건전지 회사만은 아니었다. 소형 배터리, 마이크로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관련 배터리 기술까지 확장하려 했다.
특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르타는 전기차 시대와 무선 이어폰 시장 성장의 수혜주로 주목받았다. 독일과 유럽이 배터리 생산을 아시아 의존에서 벗어나 자국·역내 생산으로 키우려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바르타는 “유럽 배터리 독립”의 기대를 받던 기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글로벌 경쟁은 훨씬 치열했고,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에는 재무 구조가 약해졌다. 결국 바르타는 2024년 StaRUG 구조조정을 거쳤고, 2025년에는 포르쉐와 오스트리아 투자자 미하엘 토이너(Michael Tojner)가 새 주주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재정비를 마쳤다. 당시 바르타는 대차대조표 구조조정과 전략적 재편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2024~2025년 구조조정은 왜 충분하지 않았나?
바르타는 2024년에 이미 독일 기업구조조정법인 StaRUG 절차를 활용해 파산 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은 큰 손실을 보았고, 포르쉐와 미하엘 토이너 측이 새 주주로 참여했다. 2025년 4월 회사는 재자본화와 전략적 재정비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바르타는 다시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회사의 유동성 문제가 다시 심각해졌다.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독립 분석 결과 바르타는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 중간 두 자릿수 백만 유로 규모의 추가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으로 평가되었다.
둘째, 기존 주주였던 포르쉐와 미하엘 토이너 측은 추가 자금 투입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ZDF는 기존 소유주들이 채권단이 요구한 추가 자금 투입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셋째, 바르타의 일부 사업은 핵심 고객 의존도가 높았고, 글로벌 가격 경쟁과 수요 변화에 취약했다. Euronews와 Reuters 보도에 따르면 바르타의 위기는 주요 고객 계약 문제와 전반적인 사업환경 악화 속에서 더 깊어졌다.
이번 파산은 완전한 청산을 의미할까?
이번 파산 신청은 곧바로 “회사가 오늘부터 문을 닫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바르타는 Insolvenz in Eigenverwaltung, 즉 자기관리형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이 방식에서는 기존 경영진이 일정 부분 회사를 계속 운영하면서, 법원과 관리인의 감독 아래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즉 바르타가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업 매각, 분리, 비용 절감, 투자자 유치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회사 측도 이번 절차를 통해 기업 그룹을 재편하고 계속 운영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황은 낙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Tagesschau는 바르타가 여러 건의 파산 신청을 했고, 모회사뿐 아니라 주요 운영 자회사도 영향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자금 부족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구조적 위기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바르타가 쪼개질 가능성
이번 위기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바르타의 분할 또는 매각 가능성이다. Tagesschau는 채권단이 바르타의 분할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가정용 배터리로 알려진 사업 부문을 그룹에서 떼어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Welt 보도에 따르면 Deutsche Bank와 여러 금융투자자가 포함된 채권자 그룹은 바르타의 잘 알려진 가정용 배터리 사업을 분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하엘 토이너 측은 Microbattery와 Solutions 사업의 계속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경우 바르타라는 이름은 남더라도, 우리가 알던 통합 배터리 기업으로서의 바르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용 건전지, 마이크로 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 자동차 관련 배터리 기술이 각각 다른 소유자나 구조로 나뉠 가능성도 있다.
포르쉐는 왜 바르타에 들어왔고, 왜 추가 지원을 하지 않았을까?
포르쉐는 2025년 바르타 지분 참여를 공식 완료했다. 당시 포르쉐는 바르타의 기술력과 혁신성을 높게 평가했고, 바르타와 포르쉐가 기술적 우수성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포르쉐가 바르타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단순히 일반 건전지 때문이 아니라, 고성능 배터리 셀 기술과 자동차용 특수 배터리 기술 때문으로 이해된다. 특히 하이브리드·고성능 차량용 배터리 기술은 포르쉐 입장에서 전략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전략적 관심이 있다고 해서 끝없이 자금을 투입한다는 뜻은 아니다. 바르타의 전체 그룹 구조가 계속 손실과 유동성 문제를 만들면, 포르쉐 입장에서는 필요한 기술이나 사업 부문만 확보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Reuters와 Euronews는 포르쉐와 미하엘 토이너가 추가 자금 투입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직원들은 어떻게 될까?
바르타는 독일 지역경제와도 연결된 기업이다. 특히 엘방엔, 뇌르틀링엔 등 바르타 사업장이 있는 지역에서는 고용 문제가 매우 민감하다.
현재 자기관리형 파산 절차에서는 일정 기간 임금 지급이 보호될 수 있다. Welt는 파산 신청 이후 임금이 당장 확보되는 구조와 자기관리형 절차의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자리 감축, 사업부 매각, 공장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G Metall 측은 바르타가 139년 전통의 기업이라며, 은행과 금융투자자의 수익 논리만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즉 이번 파산은 단순히 주주와 채권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원, 지역경제, 독일 배터리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왜 배터리 시대에 배터리 회사가 파산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 무선기기, 재생에너지 확대로 배터리 수요가 커지는 시대인데, 왜 배터리 기업인 바르타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까?
이 질문의 답은 “배터리 시장이 성장한다”는 사실과 “모든 배터리 기업이 성공한다”는 사실이 다르다는 데 있다.
배터리 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 빠른 기술 변화, 가격 경쟁, 대형 고객 확보가 필요한 산업이다. 특히 중국과 한국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생산능력과 공급망,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유럽 기업이 뒤늦게 경쟁하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자본력과 대량생산 능력도 필요하다.
바르타는 소형 배터리와 특수 배터리 기술에서 강점을 갖고 있었지만, 대규모 글로벌 경쟁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고객 계약 문제, 에너지 비용, 독일 내 높은 생산비, 투자 부담이 겹치면서 위기가 심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 산업정책의 한계도 드러났다
바르타의 위기는 독일과 유럽이 추진해 온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유럽은 전기차 시대에 아시아 배터리 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배터리 생산 기반을 키우려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Northvolt, Varta 등 유럽 배터리 기업들이 잇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은 기술력과 제조업 기반이 강한 나라지만, 배터리 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공급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연구개발만으로는 부족하고, 원자재 조달, 셀 생산, 장기 고객 계약, 가격 경쟁력,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모두 필요하다.
바르타의 파산 신청은 “유럽 배터리 독립”이라는 구호가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주주에게 남긴 교훈
바르타는 한때 독일 증시에서 큰 기대를 받던 종목이었다. 하지만 2024년 StaRUG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은 사실상 큰 손실을 입었다. 2025년 재자본화 이후에도 회사는 회복에 실패했고, 2026년에는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 사례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미래 산업이라는 테마가 강하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술기업이나 제조기업은 매출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부채, 현금흐름, 고객 집중도, 자본 조달 능력, 구조조정 위험을 함께 봐야 한다.
바르타처럼 유명 브랜드와 기술력을 가진 회사라도 재무 구조가 무너지면 주주는 보호받기 어렵다. 특히 독일의 StaRUG 절차처럼 파산 전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기존 주식 가치가 크게 희석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독일 생활자와 소비자에게 영향은 있을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앞으로 VARTA 건전지를 못 사게 되는가?”일 수 있다. 현재로서는 바로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다. 파산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브랜드, 생산시설, 특정 사업부가 매각되거나 분리되어 계속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VARTA 브랜드의 소유 구조, 제품 라인업, 생산지, 가격, 유통 방식이 바뀔 수 있다. 특히 소비자용 배터리 사업이 별도로 분리되면, 마트나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VARTA 제품은 계속 보이더라도 그 뒤의 기업 구조는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정리: 바르타 파산은 독일 제조업의 또 다른 경고음
바르타의 파산 신청은 단순한 기업 뉴스가 아니다. 이는 독일 제조업, 유럽 배터리 산업, 에너지 전환 정책, 글로벌 경쟁의 현실을 함께 보여주는 사건이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 독일 배터리 기업 VARTA AG가 2026년 7월 자기관리형 파산 절차를 신청했다.
- 모회사뿐 아니라 VARTA Microbattery, VARTA Micro Production, VARTA Storage 등 주요 운영 자회사도 영향을 받는다.
- 바르타는 2024년 StaRUG 구조조정과 2025년 재자본화를 거쳤지만 회복에 실패했다.
- 포르쉐와 미하엘 토이너가 새 주주로 참여했지만, 추가 유동성 지원에는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 채권단은 사업부 분할과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 직원과 지역경제, 유럽 배터리 공급망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 배터리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유럽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바르타는 독일의 오래된 배터리 브랜드이자 유럽 배터리 산업의 상징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파산은 더 크게 다가온다.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장치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안정적인 자본, 대량생산 능력, 글로벌 고객,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가 모두 필요하다.
바르타의 위기는 독일 산업이 지금 겪고 있는 더 큰 질문과 연결된다. 과연 독일은 전통 제조업의 강점을 새로운 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럽은 배터리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실제로 자립할 수 있을까?
참고한 글 링크
- VARTA AG 공식 발표: “VARTA AG stellt Antrag auf Insolvenzverfahren in Eigenverwaltung”
https://www.varta-ag.com/de/ueber-varta/news-presse/details/varta-ag-stellt-antrag-auf-insolvenzverfahren-in-eigenverwaltung - Tagesschau: “Batteriehersteller Varta stellt mehrere Insolvenzanträge”
https://www.tagesschau.de/wirtschaft/unternehmen/varta-batterien-insolvenzantrag-100.html - Tagesschau: “Gläubiger treiben Zerschlagung von Varta voran”
https://www.tagesschau.de/wirtschaft/unternehmen/varta-batterieunternehmen-zerschlagung-100.html - Reuters: “German battery maker Varta files insolvency applications”
https://www.reuters.com/business/german-battery-maker-varta-files-insolvency-applications-2026-07-24/ - Porsche Newsroom: “Porsche-Einstieg bei der VARTA AG vollzogen”
https://newsroom.porsche.com/de/2025/unternehmen/porsche-einstieg-varta-ag-vollzogen-390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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